| | 한국어

제목[Crusing Korea 7월호] 산토리니거나 아프리카거나
작성자seouladmin조회수215날짜2011/07/18

또각거리는 구두 소리와 클래식 음악이 들리는 갤러리를 기대했다면 돌아가는 편이 좋다. 
이곳은 \’격식\’과 \’편견\’이 없는 자유로운 나라, 그리스와 아프리카니까.

전통적으로 미술관에 걸려 있는 그림은 반드시 ‘보기만’해야 한다. 고요와 침묵이 미덕인 갤러리에서는 대화를 하거나, 소리를 내서 걷거나 심지어 크게 숨을 쉬는 것도 암묵적으로 금지되어왔다. 그래서인가, 미술관의 벽은 넘어보려 하기엔 늘 높아만 보였다. 문화인이 되겠다고 큰맘 먹고 집을 나섰다가 이내 영화관으로 발길을 돌린 이유도 미술관과 미술 작품의 (때로는 과도한) 새침함과 도도함 때문이었다.

얼마 전 홍대 앞에 조금 시끄러워도, 또 작품을 만져도 전혀 개의치 않는 ‘쿨한’ 갤러리가 문을 열었다. 홍대 앞의 마지막 나은 재래식 시장을 그리스 산토리니로 변신시킨 갤러리 ‘산토리니 서울’은 이름에서부터 그 자유로움이 물씬 느껴진다. 이곳에서는 독특한 테마를 가진 4개의 전시가 동시에 여리고 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건 여름방학 시즌을 맞아 열리는 트릭아이와 홀로그램 체험전이다. 일면 ‘눈속임 미술’이라고 부르는 트릭아이는 시점이나 원근법, 그림자 등의 간단한 ‘트릭’으로 평면 그림이 3차원의 입체처럼 보이도록 착각하게 만든 그림이다. 액자 틀 밖으로 튀어나온 것처럼 뵈는 돼지의 꼬리가 실제로는 평면에 그려진 그림의 일부분이고, 그림 밖으로 쏟아질 것 같은 물통의 물도 사실은 진짜가 아니다. 눈속임 미술이 즐거운 건 진짜인지 아닌지를 가까이서 바라보고 직접 만져볼 수 있다는 것뿐 아니라 그림과 하나가 되어 사진을 찍으면 직접 또 하나의 트릭아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전시된 어떤 그림도 그냥 지나쳐 갈 수 없으니 시간을 여유있게 두고 가는 편이 좋을 듯하다.

얇은 플레이트 안에 들어있는 홀로그램은 시선을 옮길 때마다 영상처럼 움직이는 3D 그림이다. 영화 <아바타>, <헐크>, <아이언맨>의 감독과 제작자들이 만들어낸 작품이니만큼 그 수준도 영화만큼 상당하다. 옵티컬 아트는 어린 시절 탐구생활 책이나 잡지에서 한 번쯤 보았던 종류의 그림이다. 한번 보면 할머니, 다시 보면 아가씨가 되는, 기하학적인 패턴을 이용한 일종의 속임수다. 아는 그림이 나왔다며 쉽게 지나치기도 하지만 ‘착한 사람에게만 보인다’는 그림은 답이 나올 때까지 그 자리에 있게 만드는 놀라운 집중력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산토리니 서울의 자유분방함은 개장 시간에도 반영되었다. 사람들이 마음껏 즐기다 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늦은 밥 10시까지 갤러리의 불을 켜두고 있다.

종로 사간동에 있는 ‘아프리카 미술관’은 정직한 이름 그대로 아프리카의 미술을 서울로 옮겨왔다. 스페인으로 유학을 갔던 한 청년이 우연히 벼룩시장에서 본 아프리카 조각 하나에 설명할 수 없는 매력을 느끼고 그 뒤로 방학마다 아프리카를 찾아갔다. 그렇게 아프리카와 진실함 교감을 나눈 그가 20년 동안 모아온 아프리카의 회화와 조각들로 결국 미술관을 열었다. 정해광 관장과 그의 아내 윤보라 큐레이터가 운영하는 이 작고 아담한 아프리카 미술관은 1층 전시실과 2층 사무실 겸 테라스로 구성되어 있다. 1층에 전시된 아프리카 여러 부족들의 철학과 삶이 담긴 나무 조각들은 1년 내내 이곳에 전시되어 있다. 생명과 혼인, 인간과 관계 등 사람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담은 소박하지만 강렬한 작품을 통해 아프리카와 아프리카 사람들을 배울 수 있다. 지금 아프리카 미술관에서는 탄자니아 출신 존 다 실바(John Da Silva)의 수채화전이 열리고 있다. 아프리카는 물론 유럽에도 널리 알려진 그의 작품은 강렬한 느낌의 원색이 많은 아프리카의 다른 그림들과는 달리 무채색의 수채화로 그렸다. 그가 그린 19점의 탄자니아 풍경은 보고만 있어도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다.

아프리카 미술의 매력은 ‘의외성’에 있다. 남아공에서는 월드컵이 열렸고, 한동안 주말마다 아프리카의 수맥을 찾아 떠난 예능 프로그램이 방영되기도 했지만 사람들에게 아프리카는 여전히 미지 혹은 미개의 땅에 가깝다. 그러나 이들이 그려낸 강렬하고 원시적인 그림을 보면 누구나 쉽게 마음을 열고, 감동을 받는다. 1층 전시실을 모두 둘러보고 나면 좁은 계단을 지나 2층에 있는 작은 테라스에 앉아 잠시 쉴 수 있다. 정해광 관장 부부의 ‘사옥’이기도 한 이곳에서는 미술관을 찾은 모든 사람들에게 아프리카의 루이보스 차를 대접한다. 돈을 낼 필요도, 따로 주문을 할 필요도 없다. 그저 궁금한 아프리카와 그들의 예술에 대해 물으면 정해광 관장과 윤보라 큐레이터가 진지하고 편안하게 답해줄 것이다. 마치 지금 아프리카에 있는 사람처럼 평화로운 표정으로 말이다.

에디터 : 김선녀  포토그래퍼 : 고가형, 이용희

Previous[생각쟁이 7월호] 그림, 눈이 아닌 몸으로 감상하세요!
Next[SHOPLE 7월호] 체인지 화보 장소협찬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